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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된 정책자금] (상) 리베이트·들러리 입찰…IT 지원사업 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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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의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사업이 관리 부실로 ‘눈먼 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를 보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원 등 3명은 특정 업체에 정부 사업을 몰아주고 1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 이들은 받은 뇌물로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고, 이렇게 정부자금을 따낸 업체들은 공장 증축 등 임의로 자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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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기준 가격의 문제나 개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IT 관련 정부 지원 사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손영준 정보화사회실천연합 대표는 “사업화 지원이든 R&D 프로젝트든 프로세스만 보면 (진흥원의 해명처럼)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가 암암리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는 암묵적 짬짜미와 들러리 입찰이다. 진흥원의 설명대로 현재 정부지원 사업 업체 선정은 민간 선정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문제는 이들 선정위원 인력 풀이 너무 작고 대학교수나 관련 기관 연구원 등 편향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력 풀 자체가 적어 결국 비슷한 사람들이 여러 과제를 돌아가면서 심사하는 형태가 된다”며 “어떤 과제에서 선정위원이었던 사람이 다른 과제에서는 입찰자로 참여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단계에서 조율이 안 될 경우 또 다른 ‘기술’(?)이 동원된다. 바로 들러리 입찰이다. 사물인터넷처럼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은 기술이나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입찰 참여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업체 수가 몇 안 되다 보니 이들 사이에 짬짜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는 “단독 입찰을 하면 지원 사업 유찰되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낙찰시키기 위해 돌아가며 들러리를 서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자칫 들러리 업체가 낙찰되지 않도록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이미 입을 맞춘 업체 외에는 제안서를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제안서를 흑백으로 출력해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들러리 업체가 예상외로 높은 평가를 받는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노력인 셈이다.

검찰은 이번 진흥원 같은 비리가 다른 기관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부도 진흥원이 진행했던 다른 사업에 대해 비리가 있는지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진흥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사물인터넷 부문에서만 연간 120억~140억 원을 사업비를 집행한다. 진흥원은 자체적으로 ‘반부패윤리경영TF’를 꾸렸지만, 자체 해결 대신 검찰 수사와 미래부 감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손 대표는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짬짜미나 비리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지원사업이 전반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은 한 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보기 : [눈먼 돈 된 정책자금] (상) 리베이트·들러리 입찰…IT 지원사업 비리 ‘백태’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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